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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장 찾다가 22년 전 허모 씨 시신 찾아, 35년 만에 유해 찾기도

동규리동동 2021. 7. 26. 23:57

파키스탄 히말라야 브로드피크(해발 고도 8047m)를 등정하다 하산하던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조난된 김홍빈(57) 대장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22년 전 이곳에서 실종된 다른 한국 산악인의 시신이 발견됐다. 히말라야의 험준한 환경에서 실종된 시신을 22년이 걸려 찾아내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35년 만에 유해로 돌아온 이도 있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을, 그것도 무산소로 해낸 이탈리아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1970년 5월 동생 귄터와 함께 낭가 파르밧(8125m)의 루팔 벽을 오르다 귄터가 실종됐는데 35년 만에 유해로 돌아왔다.

26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브로드피크에서 김 대장의 흔적을 찾던 다른 나라 수색대가 한국인 남성 허모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1999년 7월 29일 연세대 산악부 등정대 소속으로 당시 27세의 허씨는 브로드피크를 오르다가 해발 7300m 지점에서 등반을 포기하고 내려오던 중 사라졌다. 동료들이 다음날 허씨가 사라진 사실을 깨닫고 수색에 나섰지만, 허씨의 것으로 보이는 의류 등 유류품 일부만 찾아내는 데 그쳤다.

2005년 브로드피크에서 9㎞ 밖에 떨어지지 않은 K2(8611m) 등반 차 들른 연세대 선배인 고 박영석 대장이 허씨를 포함해 이곳에서 숨진 산악인 둘을 추모하는 동판을 K2 베이스캠프에 있는 추모 바위에 부착했다.

앞서 2009년 9월 직지원정대 일원으로 히말라야 히운출리 북벽을 오르다 연락이 끊긴 민준영·박종성 대원의 시신이 10년 만인 2019년 7월 발견된 전례가 있지만, 다수 실종자는 그대로 히말라야에 잠들어 있다. 박영석 대장도 2011 10월 안나푸르나에서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다 사라져 지금껏 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날 김 대장의 부인은 남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무리한 수색 활동을 계속하다 자칫 다른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수색을 중단해도 좋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장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전날 파키스탄군 헬리콥터를 이용해 김 대장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지만 찾지 못했고 흔적조차 확인하지 못해 애꿎은 피해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렵고 힘든 결정이지만 합리적이며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본다.

부인의 결정은 김 대장이 평소 “내게 사고가 나면 수색 활동에 따른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는 피길연 광주시산악연맹회장의 전언과도 맥락이 닿아 보인다. 김 대장은 원정에 나서기 전 주변에 “지금까지 주위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죽어서까지 주위 분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가 조난 당한 19일 그를 돕기 위해 유일하게 중국 쪽 벼랑 아래로 내려간 러시아 산악인 비탈리 라조가 부축해 올라가자고 했을 때 열 손가락이 없는 김 대장이 괜찮다고, 제 힘으로 올라가겠다며 완등기(주마)를 사용했다는 점도 이런 맥락에 따른 행동으로 보인다. 완등기에 하자가 생겼고, 얼굴을 덮치는 바람에 그는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져 ‘히말라야의 별’이 되고 말았다. 그 별이 앞으로 이 봉우리와 K2, 낭가파르밧 등을 비쳐 더 이상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보우해주길 바란다. 다시 한번 유족들의 용기있는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